
좋아하는 일본 브랜드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캐피탈, 휴먼메이드, 니들스, 베이프를 떠올릴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온, 일본 브랜드를 대표하는 이름들입니다. 다만 이 브랜드들이 지금의 패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다소 다른 지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태도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일본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이번 기획에서는 외형적인 화려함보다 브랜드의 본질에 집중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적인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는 일본 브랜드 7가지를 소개합니다. 어쩌면 앞서 언급한 브랜드들만큼 눈에 띄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옷장 속에 남아 있을, 그런 브랜드들입니다. 지금, 그 이름들을 함께 살펴봅시다.

AURALEE
오라리는 일본 도쿄를 기반으로 한 패션 브랜드로, 소재의 본질과 완성도 높은 일상복을 추구합니다. 매 시즌 원단 개발을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아, 절제된 실루엣과 차분한 색감, 편안한 착용감을 갖춘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과장된 디테일보다는 옷 자체의 질감과 균형에 집중하는 접근 방식으로 일본은 물론 글로벌 패션 신에서도 꾸준한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 철학의 중심에는 디자이너 이와이 료타가 있습니다. 그는 오라리의 창립자이자 수석 디자이너로, 텍스타일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소재 중심의 디자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라리는 현재 파리 패션위크를 중심으로 컬렉션을 발표하며, 조용하지만 단단한 존재감으로 세계적인 입지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 VOGUE

오라리는 실루엣이나 계절 트렌드를 출발점으로 삼지 않습니다. 디자인의 중심에는 언제나 소재가 자리하며, 모든 컬렉션은 정교한 원단 개발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맞춤 방적사를 비롯해 실험적인 혼방 소재, 그리고 착용을 통해 비로소 완성되는 섬세한 마감은 오라리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내죠,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은 단순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과감하면서도 균형 잡힌 색상 팔레트가 더해지며 일상의 옷에 미묘한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몸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니트, 입을수록 부드러워지는 여유로운 셔츠, 편안하지만 흐트러져 보이지 않는 바지까지 오라리는 착용자의 일상 속에서 완성되는 옷을 제안하며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ypebeast
COMOLI
코모리는 일본을 기반으로 한 패션 브랜드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옷의 형태와 균형을 탐구합니다. 브랜드는 과도한 장식이나 트렌드보다는 소재의 질감, 여유 있는 실루엣, 그리고 착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완성되는 옷의 분위기에 집중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디자이너 코모리 케이지로의철학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일본 특유의 미니멀한 감각과 실용성을 바탕으로, 입을수록 편안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되는 옷을 제안해 왔습니다. 코모리는 절제된 디자인 안에 깊이를 담아내며, 조용하지만 확고한 존재감으로 일본은 물론 글로벌 패션 신에서도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코모리의 옷은 처음 입는 순간부터 이미 시간을 함께한 듯한 감각을 전합니다. 뻣뻣하거나 과하게 꾸며진 요소는 없으며, 편안함과 비례, 그리고 미묘한 불완전함이 디자인의 중심이 됩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매 시즌 새로움을 강요하지 않고, 반복해서 입고 세탁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완성되는 옷을 지향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요구하는 패션 산업 속에서, 코모리의 느린 태도는 오히려 선명한 메시지로 다가옵니다.

SSSTEIN
슈타인은 일본을 기반으로 한 남성복 브랜드로, 미니멀한 구조 안에서 실루엣과 여백의 균형을 섬세하게 다룹니다. 절제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하되, 패턴과 볼륨, 소재의 미묘한 차이를 통해 옷에 깊이와 긴장감을 더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클래식한 요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일상과 패션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잇는 컬렉션을 전개합니다. 브랜드는 아사카와 키이치로가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과장된 디테일보다는 옷의 구조와 착용 시 흐름에 집중하며, 시간이 지나도 쉽게 낡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SSSTEIN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지닌 브랜드로, 일본을 넘어 글로벌 패션 신에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슈타인은 미니멀 스펙트럼 안에서도 보다 날카로운 지점에 서 있는 브랜드입니다. 정제된 선과 길게 뻗은 비율, 단정함과 자연스러움 사이에서 형성되는 미묘한 긴장감이 특징입니다. 잘 계산된 테일러링은 지나치게 엄격해 보이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길들여진 데님과 함께 스타일링되며 균형을 이룹니다. 구조감을 유지하면서도 움직임이 살아 있는 소재, 그리고 드레이프가 살아 있는 레이어드 아이템의 조합은 SSSTEIN 디자인의 핵심입니다. 이 브랜드의 옷은 정적인 상태보다 실제 사람이 입고 움직일 때 가장 아름답게 드러납니다.

A.PRESSE
아프레쎄는 일본을 기반으로 한 남성복 브랜드로, 빈티지와 클래식웨어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합니다. 과거의 군복, 워크웨어, 드레스웨어에서 출발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소재와 비율, 완성도에 집중한 옷을 선보입니다. 아프레쎄의 디자이너인 카즈마 시게마츠는 오랜 시간 쌓아온 빈티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원형의 분위기는 유지하되 현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옷을 제안합니다.

빈티지와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지만, 과거에 대한 향수에 머무르기보다는 옷의 구조와 기능을 현재의 관점에서 재정리합니다. 각각의 아이템은 충분한 연구와 다듬는 과정을 거쳐, 기능적·미학적으로 가장 본질적인 형태로 정제됩니다.강한 브랜딩이나 과장된 서사 없이, 옷 자체의 완성도로 설득하는 점이 아프레쎄의 매력입니다. 쉽게 눈에 띄기보다는, 알게 된 사람만 조용히 오래 입게 되는 브랜드에 가깝습니다.아프레쎄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흐려지지 않는 옷을 통해, 조용하지만 확고한 미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KAPTAIN SUNSHINE
캡틴 선샤인은 일본 남성복 신을 대표하는 컨템포러리 브랜드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클래식 밀리터리 및 워크웨어를 기반으로, 과거의 복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브랜드를 이끄는 신스케 코지마는 BEAMS PLUS의 전 디렉터로, 아메리칸 트래디셔널과 아이비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인물입니다. 캡틴 선샤인은 그의 철학을 바탕으로 소재와 패턴, 마감에 이르기까지 높은 완성도를 구현하며 클래식과 컨템포러리의 균형을 정교하게 제시합니다.
이미지출처 : 논라벨매거진
캡틴선샤인은 헤리티지를 이해하지만, 그것을 그대로 미화하지는 않습니다. 밀리터리와 워크웨어에서 비롯된 요소들이 디자인 전반에 녹아 있지만, 소재 선택과 여유로운 테일러링, 자연스럽게 길들여진 분위기를 통해 부드럽게 재해석됩니다. 그 결과 어떤 옷도 의상처럼 과장되어 보이지 않습니다.
일상에서 입기 위한 실용적인 옷이면서도, 디테일과 균형에서 충분한 고민이 느껴집니다. 정제된 옷차림을 통해 과거의 디자인은 재현보다 ‘적응’을 통해 더 유효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NANAMICA
나나미카는 기능성과 일상성을 균형 있게 결합한 일본 기반의 브랜드입니다. 아웃도어 웨어의 기술적 요소를 바탕으로, 도시 생활에 어울리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제안하며 일상과 환경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잇습니다. 과하지 않은 실루엣과 실용적인 디테일을 통해,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합니다.
이러한 브랜드 방향성은 디자이너 혼마 에이치로의 철학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아웃도어와 퍼포먼스 웨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기능을 드러내기보다는 생활 속에 스며들게 하는 디자인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나나미카는 기술과 스타일이 공존하는 일상복으로, 조용하지만 확고한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나나미카는 테크니컬 아우터웨어와 일상복 사이의 교차점에 존재하는 브랜드입니다. 극단적인 아웃도어 웨어나 기능성을 과시하는 시티웨어가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가는 지점에 맞닿은 옷을 지향합니다.
섬세하게 선택된 소재와 실용적인 디테일, 그리고 퍼포먼스를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실루엣이 특징입니다. 나나미카는 기능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조용히 증명합니다.
GOLDWIN
골드윈은 일본을 기반으로 한 퍼포먼스 웨어 브랜드로, 스키웨어에서 출발한 기술 중심의 의류를 전개합니다. 1950년 니시다 토사쿠에 의해 설립된 이후 기능과 성능을 최우선으로 한 철학을 이어오며, 극한 환경을 전제로 한 설계와 절제된 기능미를 구축해왔습니다. 오늘날 Goldwin은 정밀한 컷의 셸 재킷과 테크니컬 레이어를 통해 아웃도어와 일상복의 경계를 현대적으로 확장합니다. 니트웨어 제조로 시작한 그는 기능과 성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철학을 구축했으며, 이는 오늘날까지 골드윈의 디자인 방향성과 기술 개발의 근간이 되고 있습니다.
한데 모아 봐도 이질감없는 느낌이 드는 이 브랜드들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단순히 일본이라는 출신 배경에 있지 않습니다. 이들은 모두 유행의 속도보다 옷이 사용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디자인하며, 시각적인 주장보다 소재와 구조, 착용감에 집중합니다. 과한 장식이나 설명 없이도 옷 자체의 완성도로 설득하고, 반복해서 입고 생활 속에서 길들여질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옷을 제안합니다. 기능과 미학을 대립시키지 않고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태도, 그리고 조용하지만 분명한 자신감. 지금 이 일본 브랜드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태도에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