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마라톤(동아마라톤)을 시작으로 이번 달에는 더 레이스 서울까지.
대회들이 이어지면서, 요즘은 유독 ‘달리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날씨도 한결 풀리다 보니 아침이든 저녁이든, 한강이든 도심이든,
러닝은 이제 꽤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 것 같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도 함께 보입니다.
예전에는 러닝을 이야기할 때 기록이나 페이스, 혹은 얼마나 멀리 뛰는지가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그 옆에 하나가 더 붙었습니다.
"어떤 옷을 입고 뛰는지"
단순히 기능적인 러닝웨어를 넘어 의류와 모자, 베스트, 선글라스까지 자연스럽게 스타일을 맞춰 입는 모습들.
러닝을 하는 순간까지 자기 취향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늘어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러닝씬은 조금 더 부드럽게, 그리고 조금 더 다채롭게 느껴집니다.
기록을 위한 움직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하나의 스타일로도 이어지는 흐름. 이 변화는 브랜드들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존의 스포츠 브랜드들이 더 가볍고,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퍼포먼스를 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해왔다면, 최근에는 그 위에 ‘어떻게 보이는지’까지 함께 고민하는 브랜드들이 많아졌습니다.
기능성은 기본으로 가져가되, 실루엣과 색감, 디테일을 통해 러닝웨어를 하나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방식.
그 결과, 러닝과 패션 사이의 경계도 조금씩 흐려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오늘은 그 흐름 속에서, 디자인까지 함께 눈길을 끄는 러닝 브랜드들을 모아봤습니다.
러닝을 조금이라도 즐긴다면 익숙할 이름부터, 아직 국내에서는 덜 알려졌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브랜드들까지.
지금의 러닝씬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흐름들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러닝 위에 더해진 스타일
(1) SATISFY
새티스파이. 러닝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 중 하나입니다.
2015년 파리에서 시작된 새티스파이는, 러닝웨어를 조금 다른 방향으로 풀어낸 브랜드입니다. 기능적으로도 충분히 완성도가 높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디자인과 분위기입니다.
조금 거칠고, 조금은 자유로운 느낌. 스트릿과 아웃도어의 경계 어딘가에 있는 무드.
잘 뛰기 위한 옷을 넘어, 러닝을 하나의 스타일과 문화로 풀어내려는 흐름. 새티스파이는 그 중심에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2) District Vision
디스트릭 비전은 조금 다른 결을 가집니다. 선글라스에서 출발한 브랜드답게, 전체적인 인상이 굉장히 정제되어 있습니다.
과하게 스포츠스럽기보다는 차분하고 도시적인 분위기. 이 브랜드를 보고 있으면, 러닝이 꼭 거칠고 강한 이미지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달 초에 출시한 뉴발란스와의 콜라보 제품 역시, 그들의 무드가 잘 드러나는 결과물입니다. 기능적인 완성도 위에 절제된 디자인을 더해, 과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줍니다.
조용하게, 그리고 자기 페이스대로 이어가는 러닝. 디스트릭트 비전은 그 흐름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3) SOAR RUNNING
소어 러닝은 다시 러닝의 본질로 돌아옵니다.
런던에서 시작된 이 브랜드는 러너가 직접 만든 만큼, 디테일 하나하나에 집요하게 접근합니다.
가볍고, 빠르고,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 구조. 착용했을 때의 감각부터 실제 주행에서의 효율까지, 모든 요소가 러닝 그 자체에 맞춰 설계되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성능을 기준으로 정리해 나가는 방식이 참 인상적인데요, 소어 러닝은 그 단순함 속에서 오히려 더 높은 완성도를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러닝에 필요한 요소만 남겼는데도, 결과는 이상할 만큼 세련되어 보입니다.
분명 속도를 위해 설계된 옷인데, 동시에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처럼 느껴지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소어 러닝은 러닝웨어가 얼마나 절제된 방식으로 멋있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4) PORTAL
포탈은 러닝을 조금 더 넓게 바라봅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ROA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특정 종목이 아닌 ‘움직임’ 자체에 집중하는 방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존 로버츠와 배리 블루어 등 다양한 배경의 팀이 모여 만든 이 브랜드는 러닝과 하이킹, 그리고 일상까지 이어지는 모든 흐름을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바라봅니다.
단순히 ‘뛰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걷고 이동하고 머무는 모든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그래서 포탈의 옷은 특정 순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러닝을 하고, 일상으로 이어지고, 다시 다른 움직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입니다. 그렇기에, 활동 사이의 경계를 나누기보단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감각에 주목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들의 디자인은 화려하게 드러나기보다, 환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흙, 모래, 암석에서 가져온 듯한 저채도 색감, 그리고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 구조. 옷이 앞서기보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더 또렷해지는 방식입니다.
포탈의 옷은 ‘운동할 때 입는 옷’이라기보다, 움직임 전반을 담아내는 하나의 레이어처럼 기능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포탈은 오늘도 러닝을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5) gnuhr
누어는 조금 다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이들은 미국 포틀랜드를 기반으로 한 울트라라이트 의류·장비 브랜드로, 창립자 누르 아바스가 메종 마르지엘라, 루이비통, 나이키, Yeezy 등에서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러닝을 중심으로 시작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기능성과 디자인을 함께 다루는 방식에서 지금의 러닝씬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내고, 실사용에 집중해 설계된 가볍고 실용적인 구조. 이름처럼 ‘빛’처럼 가볍고 간결한 방향성을 유지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흥미롭습니다.
러닝웨어 바깥에서 출발한 감각이, 지금의 흐름 안에서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지켜보는 재미.
기능을 위해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형태와 분위기 안에 기능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접근. 그래서 누어의 제품은 특정 상황에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장면 속에서 유연하게 이어집니다.
요즘 러닝에서 사람들이 찾는 것이 단순히 ‘뛰기 위한 옷’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누어와 같은 접근은 유독 더 눈길이 갑니다.
그래서, 요즘 러닝씬이 더 재밌다
요즘 러닝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뛰어서만은 아닙니다. 그 안에 각자의 방식이 조금씩 담겨 있는 게 가장 큰 재미 요소인 듯 합니다.
누군가는 기록을 위해 뛰고,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뛰고, 누군가는 그 시간 자체를 즐기기 위해 뜁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위에 스타일이라는 요소 하나가 더해졌습니다.
어떻게 뛰는지 만큼이나 어떻게 입고 뛰는지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지금. 그래서 러닝은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같은 '러닝' 안에서도 각기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이유도 아마 그 지점에 있을 겁니다.
이미지 출처: 서울마라톤(@seoul_marathon), 김원진(@keemwj), 봉태규(@taegyu_bong), Satisfy Running(@satisfyrunning), SOAR Running(@soar_running), District Vision(@districtvision), PORTAL(@_____portal), GNUHR(@gnuhr_studio) 공식 인스타그램, 스포츠동아
